본문 바로가기

건강 의학

"수술 성공했다면서요..." 대장암 완치 후, 환자들이 겪는 '말 못 할' 3가지 지옥 (배변, 우울, 복직)

"수술 성공했다면서요..." 대장암 완치 후, 환자들이 겪는 '말 못 할' 3가지 지옥

 

퇴원하는 날, 의사 선생님이 말해주지 않은 것들

 

 

"수술 아주 잘 됐습니다. 암세포 깨끗하게 다 떼어냈어요." 이 말을 듣는 순간, 환자와 가족들은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일 겁니다.

이제 고생 끝, 행복 시작이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진짜 싸움은 퇴원 수속을 밟고 병원 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시작됩니다.

통계적으로 대장암 1기 생존율은 90%가 넘지만, '예전과 똑같은 삶'으로 돌아가는 비율은 32%에 불과하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암은 사라졌지만 내 몸과 마음엔 선명한 상처가 남습니다.

오늘은 의학적 완치 뒤에 숨겨진, 대장암 생존자들의 치열한 '현실 적응기'를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1. 화장실이 감옥이 되다 (LARS 증후군)

 

대장암 수술, 특히 직장암 수술을 받은 환자들이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건 바로 '배변 문제'입니다. 의학 용어로 '저위 전방 절제술 후 증후군(LARS)'이라고 하는데요. 쉽게 말해 화장실 컨트롤이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겁니다.

 

  • 하루 20번의 화장실행: 밥만 먹으면 신호가 옵니다.
  • 변실금의 공포: 내 의지와 상관없이 속옷을 버리는 일이 생깁니다.
  • 잔변감: 화장실을 다녀와도 개운하지가 않습니다.

 

2023년 Colorectal Disease 연구에 따르면, 수술 환자의 절반 이상이 이런 문제로 외출 자체를 두려워한다고 합니다.

친구를 만나는 건 고사하고, 마트 장보는 것조차 '화장실 지도'를 먼저 그려야 가능한 일이 되어버리죠. 이건 단순한 불편함이 아닙니다.

인간으로서의 자존감이 무너지는 문제입니다.

 

 

2. "살았는데 왜 우울하죠?" (생존자의 무주공산)

 

"수술 성공했다면서요..." 대장암 완치 후, 환자들이 겪는 '말 못 할' 3가지 지옥

 

몸이 힘든 건 그렇다 쳐도, 마음의 병은 예고 없이 찾아옵니다. 치료받을 때는 "살아야 한다"는 목표 하나로 버텼는데,

막상 치료가 끝나니 '이제 뭐 하지?'라는 공허함'혹시 재발하면 어쩌지?'라는 불안감이 쓰나미처럼 밀려옵니다.

2021년 Psycho-Oncology 조사 결과, 대장암 생존자의 45%가 중등도 이상의 우울증을 겪는다고 합니다.

 

저는 이 시기를 '생존자의 무주공산(주인 없는 산)'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병원에서는 "이제 6개월 뒤에 오세요"라며 손을 놓아버리고, 사회로 돌아가기엔 아직 준비가 안 된 고립된 상태.

주변에선 "완치 축하해!"라고 하는데, 정작 본인은 웃을 수가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는 거죠.

 

 

 

3. 다시 출근할 수 있을까? (냉혹한 현실)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먹고사는 문제', 즉 직업 복귀입니다. 가장으로서, 혹은 사회인으로서 다시 일터로 돌아가고 싶지만 현실은 냉혹합니다. 체력은 예전 같지 않고, 수시로 화장실을 가야 하는데 이를 이해해 주는 회사는 많지 않습니다.

 

"수술 성공했다면서요..." 대장암 완치 후, 환자들이 겪는 '말 못 할' 3가지 지옥

 

2022년 BMC Cancer에 실린 국내 연구가 뼈아픈 현실을 보여줍니다. 대장암 생존자 중 1년 뒤 직장에 복귀한 사람은 절반(58%) 정도였고, 복직 후 1년을 버틴 사람은 37%에 불과했습니다.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배변 장애와 만성 피로를 견디며 8시간 근무를 소화하는 건, 상상 이상의 체력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환자'가 아니라 '개척자'입니다

 

 

이 글을 쓴 이유는 겁을 주려는 게 아닙니다. "당신이 지금 겪는 고통은 유난스러운 게 아니라, 누구나 겪는 당연한 과정"이라는 위로를 드리고 싶어서입니다.

수술 후 변이 새서 울고 싶을 때, 갑자기 우울해서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 자책하지 마세요.

당신은 죽음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돌아온 '생존자'이자, 바뀐 몸으로 새로운 삶을 만들어가는 '개척자'입니다.

 

"수술 성공했다면서요..." 대장암 완치 후, 환자들이 겪는 '말 못 할' 3가지 지옥

 

완치는 의사가 선언하지만, 진정한 회복은 나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가족분들도 환자에게 "다 나았는데 왜 그래?"라고 다그치지 마시고, "적응하느라 고생한다"고 손 한 번 더 잡아주세요.

그게 최고의 치료제입니다.

 

 

(참고 문헌: Lee et al. 2022, Martinez et al. 2023, Nguyen et al. 2021, Park et al.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