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옆 침대 환자랑 왜 약이 다르죠?"
항암 치료를 시작하면 환자분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선생님, 옆 사람은 머리도 안 빠지고 구토도 안 한다는데,
왜 저만 이렇게 독한 약을 쓰나요?"
과거에는 암세포뿐만 아니라 정상 세포까지 공격하는 '독한 항암제(세포독성 항암제)'가 주류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환자의 유전자와 암의 특성에 따라 핀셋으로 집어내듯 암세포만 공격하는 '스마트한 치료'가 가능해졌거든요.
오늘은 대장암 치료의 판도를 바꾼 3 대장, 표적 치료제, 면역항암제, 그리고 복강 내 온열 치료(HIPEC)에 대해 알아봅니다. 어려운 의학 용어지만, 내 생명을 지킬 무기가 무엇인지 확실히 알고 가시죠.
1. 미사일처럼 암만 타격한다, '표적 치료제'
전쟁으로 치면 옛날 항암제가 '융단 폭격'이었다면, 표적 치료제는 '유도 미사일'입니다.
암세포가 자라게 만드는 특정 신호(EGFR, VEGF)만 찾아서 차단합니다.

- 암세포 밥줄 끊기 (VEGF 억제제): 암세포가 혈관을 새로 만들어 영양분을 빨아먹지 못하게 막습니다. (베바시주맙 등)
- 성장 신호 끄기 (EGFR 억제제): 암세포에게 "자라라"고 명령하는 스위치를 꺼버립니다. (세툭시맙 등)
중요한 건 '유전자 검사'입니다. 2023년 NEJM에 발표된 FIRE-4 연구에 따르면, 특정 유전자(RAS)가 정상인 환자에게 이 표적 치료제를 썼더니 생존 기간이 무려 33개월까지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돌연변이가 있는 환자에겐 효과가 없습니다.
그래서 무작정 좋은 약을 쓰는 게 아니라, 내 유전자에 맞는 약을 찾는 게 먼저입니다.
2. 내 몸의 면역력을 깨운다, '면역항암제'
최근 가장 핫한 치료법이죠.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뇌종양을 완치시켜 유명해진 '기적의 치료제'입니다.
약이 직접 암을 죽이는 게 아니라, 잠들어 있던 내 몸속 면역세포(경찰)를 깨워 암을 잡게 합니다.
특히 대장암 환자 중 '유전자 불일치(MSI-H)'라는 특이 체질을 가진 분들에게는 효과가 드라마틱합니다.
KEYNOTE-177 연구(2020)를 보면, 이분들에게 면역항암제(키트루다 등)를 썼을 때 기존 항암제보다
질병이 진행되지 않는 기간이 2배나 길었습니다. 부작용도 훨씬 적고요.
단점은 전체 대장암 환자의 약 15% 정도에게만 효과가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내가 그 15% 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진단 초기 유전자 검사는 필수입니다.
3. 배 속을 뜨겁게 씻어낸다, 'HIPEC (하이펙)'

대장암이 무서운 건 암세포가 씨앗처럼 뱃속(복막)에 흩뿌려지는 '복막 전이' 때문입니다.
수술로 다 긁어내기 힘들고, 항암제도 잘 안 듣죠.
이때 쓰는 최후의 필살기가 바로 HIPEC(복강 내 온열 화학요법)입니다. 수술로 눈에 보이는 암을 다 제거한 뒤,
42~43도로 뜨겁게 데운 고농도 항암제를 뱃속에 직접 부어 60~90분간 씻어내는 방식입니다.
암세포가 열에 약하다는 점을 이용한 거죠.
2021년 Lancet Oncology 연구에 따르면, 까다로운 복막 전이 환자 중에서도 잘 선별해서 치료하면 생존 기간이 41개월 이상으로 늘어났습니다. 물론 수술이 크고 힘들지만, 과거엔 포기했던 환자들에게 '완치'라는 희망을 주는 치료법입니다.
"항암은 버티는 게 아니라, 설계하는 것입니다"

의학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제 대장암 치료는 "수술하고 항암제 맞고 끝"인 단순한 과정이 아닙니다.
나의 유전자 타입(RAS, BRAF)은 무엇인지, 면역항암제 대상(MSI-H)인지, 복막 전이가 있다면 HIPEC이 가능한지...
이 모든 정보를 바탕으로 나에게 딱 맞는 '치료 지도'를 그리는 과정입니다.
혹시 지금 치료가 힘들거나 막막하다면, 주치의 선생님께 내 유전자 타입에 대해 꼭 물어보세요.
어딘가에 분명, 당신을 위한 더 스마트한 무기가 준비되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참고 문헌: Heinemann et al. 2023, André et al. 2020, Quenet et al.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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