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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의학

내 뱃속에 암을 키우는 '세균'이 있다? (장 트러블 가볍게 넘기면 안 되는 이유)

 

내 뱃속에 암을 키우는 '세균'이 있다?

 

 

유산균, 그냥 소화 잘 되려고 드시나요?

 
솔직히 말하면, 저는 그동안 '장내 미생물'이나 '유산균' 이야기를 들으면 그냥 건강보조식품 광고겠거니 하고 넘겼습니다.
화장실 좀 잘 가고, 속 좀 편하려고 챙기는 정도였죠.
 
그런데 최근 대장암 관련 자료를 찾다가 2020년 NatureCell 지에 실린 논문들을 읽고는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우리 장 속에 사는 이 작은 미생물들이 단순히 소화를 돕는 조연이 아니라,
내 유전자를 직접 공격해서 암을 만드는 '주범'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오늘은 우리가 무심코 넘겼던 '잦은 배탈'과 '가스'가 보내는 위험한 신호에 대해, 최신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1. 내 면역 시스템을 속이는 배신자, '푸조박테리움'

 
우리 장은 원래 나쁜 균이 들어오면 싸워서 이겨야 정상입니다.
그런데 연구 결과(Gur et al., 2020)를 보니, 대장암 환자들의 장에는 '푸조박테리움(Fusobacterium nucleatum)'이라는 녀석이
유독 많다고 합니다.
 
이 세균이 정말 무서운 이유는 우리 몸의 면역 세포를 속이기 때문입니다.
마치 스파이처럼 암세포에 딱 붙어서, 면역 세포가 암을 공격하지 못하게 막고 오히려 염증을 부추깁니다.
결국 내 몸을 지켜야 할 면역 시스템이 마비되고, 암이 자라기 딱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는 거죠.

 

2. 세균이 내 유전자(DNA)를 가위질한다?

 
더 충격적인 건 대장균(E. coli) 이야기였습니다. 대장균은 흔한 거 아닌가 생각했는데,
개중에는 독소(colibactin)를 뿜어내는 악질적인 종류가 있습니다.
 
이 독소는 대장 세포의 DNA 이중나선을 가위처럼 싹뚝 잘라버립니다. (Pleguezuelos-Manzano et al., 2020).
DNA가 손상되면 세포는 돌연변이를 일으키고, 이게 쌓이면 결국 암이 됩니다.
 

내 뱃속에 암을 키우는 '세균'이 있다?

 
제가 이 대목에서 소름이 돋았던 건, **"우리가 흔히 겪는 만성 장트러블이 사실은 내 DNA가 공격받고 있다는 비명소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잦은 설사나 복통, 단순히 스트레스 탓이라며 진통제 먹고 넘길 일이 아니더라고요.

 

3. 고기 러버의 딜레마: 내가 먹는 게 균의 먹이다

 
저도 고기 없으면 밥 못 먹는 '육식파'입니다. 하지만 2022년 Gut 저널에 실린 연구를 보니 뜨끔하더군요.
붉은 고기와 가공육을 많이 먹으면 암을 유발하는 나쁜 균(Bacteroides 등)이 폭발적으로 늘어납니다.
 

내 뱃속에 암을 키우는 '세균'이 있다?

 
반대로 식이섬유(채소)를 먹으면 유익균이 늘어나는데, 이 유익균들은 염증을 가라앉히는 물질(단쇄지방산)을 만들어냅니다.
실제로 제가 최근 한 달 정도 억지로라도 쌈 채소를 챙겨 먹고 인스턴트를 줄여봤는데요.
 
확실히 속이 편해진 건 물론이고, 신기하게도 피부 트러블이 줄고 잠도 더 잘 오더라고요.
"장이 편해야 온몸이 편하다"는 옛말이 과학적으로도 진짜였던 겁니다.
 
 

4. 2030, 우리는 왜 장이 약해졌을까?

앞선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왜 유독 우리 2030 세대에서 대장암이 늘고 있을까요?
저는 이게 우리 잘못만은 아니라고 봅니다.
 
어릴 때부터 감기만 걸리면 먹었던 항생제, 분유 수유, 그리고 지나치게 깨끗해진 위생 환경...
이 모든 게 우리 장내 미생물의 '다양성'을 해쳤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미 10대, 20대 때부터 장내 생태계가 무너진 상태로 시작하다 보니, 조금만 나쁜 음식이 들어와도
염증이 쉽게 생기는 몸이 된 건 아닐까요?

 

장내 생태계, 다시 살릴 수 있습니다

 
이번 공부를 통해 내린 결론은 "대장암 예방은 결국 '균'과의 전쟁"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장내 미생물은 우리가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2주 만에도 바뀔 수 있다고 하니까요.
 
거창한 식단 조절이 힘들다면, 오늘 저녁엔 라면 대신 나물 비빔밥을, 콜라 대신 물 한 잔을 마셔보는 건 어떨까요?
내 뱃속 유익균들에게 '좋은 먹이'를 주는 것, 그게 가장 확실한 암 보험일지도 모릅니다.
 

 
 
(참고 문헌: Gur et al. 2020, Pleguezuelos-Manzano et al. 2020, Wilmanski et al. 2022)